낙태약 최대 공급업체 중 하나인 에이드 액세스(Aid Access)가 대선 이후 지난 6일 하루 동안 1만 여건의 주문 요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단순 수치 환산해보면 하루 평균 약 600건의 수요가 있던 것에 비하면 17배 증가한 수치라고 하는데요.
이 낙태약 수요에는 임신하지 않은 여성들의 수요도 있었습니다. 원격의료로 낙태약을 처방하는 비영리단체 저스트 더필(Just the Pil)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들어온 125건의 주문 중 22건이 임신하지 않은 여성들의 요청이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그리고 낙태약 구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플랜 C' 방문자도 급증했습니다. 선거 전 일일 방문자 수는 약 4000명이었는데, 선거 이후 수요일 방문자가 약 8만2200명으로 20배 이상 늘었다고 하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정관 수술이나 자궁 내 장치(IUD)를 삽입하는 피임 수술 수요도 빗발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비영리단체 플랜드 페어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는 지난 6일 정관 수술 예약이 전날보다 1200% 증가하고, 자궁 내 장치 삽입 예약은 760% 이상 증가했다고 공개하였습니다.
낙태약 이유?
트럼프 첫 임기 당시 보수 인사로 새롭게 구성된 미 연방 대법원은 2022년 6월 '돕스 대 잭슨 여성보건기구(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판결로 낙태 금지를 합헌으로 바꾼 바 있습니다. 즉 미국 시민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확실하지 않지만 낙태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이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이 결정 이후 낙태 허용 여부는 각 주의 판단이 기준이 됐습니다. 14개 주에서 낙태가 금지됐고 7개 주는 낙태 허용 기간을 기존 로 대 웨이드 결정 당시 제시했던 기간보다 짧게 규정했습니다.
이런 결정이 시대 퇴행적이라고 비판하는 시민단체와 민주당은 그 탓을 트럼프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재임 시절 연방대법원 대법관을 보수화시키면서 이런 결정이 났다고 보는 겁니다. 이후 미국 각 주에서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결정들이 잇따르면서 낙태권은 미국 사회의 큰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낙태권이라는 논쟁이 보수-진보의 신념 대결보단 여성의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이 강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낙태(abortion)를 임신 중지, 임신 중단(a termination of pregnancy)이라고 바꿔 부를 만큼 시각은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다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낙태권도 핫한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일단 일시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 낙태약이 팔리는 것으로 보입니다.